All that Photobook

사진집으로 더듬어 보는 한국사진의 역사

사진가는 죽어서 사진집을 남긴다.

이해선, 정희섭, 임응식, 이경모, 이형록, 최민식, 홍순태, 김한용, 김기찬 등

역사는 미래의 힘이라고 했다. 과거와 단절된 현재가 있을 수 없고 미래 또한 현재의 토양에서 자라나는 것이라는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지난해 <All that Photobook>은 기획되었다. 많은 사진가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성원에 힘입어 매우 성공적으로 치러졌었다. 700여권의 개인 사진집을 한데 모아 열람하도록 했던 행사는 우리나라 사진사의 중요한 자료를 수집, 전시한 매우 값진 행사였으며 관람객들의 관심과 호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이에 힘입어 올해부터 행사 내용을 좀더 세분화하기로 하고 그 첫번째로 이미 고인이 된 사진가들의 사진집을 전시한다. 대부분 원로 사진가지만 요절한 사진가도 포함되어 있다. 모든 예술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며 또한 그 시대의 산물이다. 따라서 이미 고인이 된 사진가의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들은 그 수준이나 내용에 관계없이 어떤 형태로든 시대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사진사의 중요한 증거로서 그 가치를 갖는 것이다. 사진가는 떠났지만 사진집은 소중한 역사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 사진가는 죽어서 사진집을 남긴다

우리나라에 사진기가 도입되고 이를 이용하여 사진을 완성하는 전 과정을 수용하는 의미의 사진술 전래는 대개 조선시대 말기인 1880년대로 알려져 있다. 개항과 더불어 서구문물의 도입과 함께 사진술이 전래된 지 이제 겨우 140여년이 되어가는 셈이다. 또한 1929년 3월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 개인전인 정해창의 ‘예술사진전’이 열린 지 90년이 되었다. 이 길지 않은 기간에 우리나라 사진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60년대 4.19혁명과 5.16쿠데타 등 정치적 격변 속에서 사진계 역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대한사진예술가협회, 한국사진작가협회(1952년12월12일 임시수도 부산에서 임응식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단체. 지금의 한국사진작가협회와 다름), 전국사진가연합회 등 각종 사진 단체들이 혁명정부의 포고령에 의해 해산되었으며 1961년 12월 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 산하단체로 한국사진협회(1977년 제16차 한국사진협회 정기총회에서 한국사진작가협회로 개칭)가 창설되어 사진계가 제도권으로 편입되었고, 1964년 서라벌예술초급대학에 사진과가 개설되어 비로소 사진이 학문의 한 분야로 인정되었다. 1964년 제13회 국전에서 사진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사진의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가입이 이루어져 국가 문화행사에 사진이 참여함으로써 사진의 위상이 높아졌고,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사진연감(대한사진문화사 발행. 대표 조명원)이 발행되는 등 한국 사진사의 여러 중대한 변화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현대 사진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임응식은 ‘한 분야의 문화예술이 건실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분야의 역사 정립이 올바른 전통 해석과 평가 위에 이루어져야 함이 선행 조건이다’ (강상규, 한국사진사, 형설출판사, 1976, p. 5) 라고 역설했듯이 우리나라 사진 발전을 위해서도 지난날이 정당하게 연구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진사에 관한 연구는 아직까지 매우 미흡한 것이 현실이며 관련 자료 등이 제대로 보존,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뼈아픈 사실이다. 최근에 사진도 다른 예술분야 학문처럼 심도 있게 연구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사진의 각 분야별 연구나 평가가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더 늦기 전에 우리 사진사의 과거에 있었던 중요한 사실들을 되짚어 봐야 한다. <All that Photobook>은 그 일환으로 그동안 발행되었던 개인 사진집을 수집하여 전시함으로써 우리나라 사진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사진집은 시대의 흐름과 경향 그리고 시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기록을 넘어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진집이 발행되었는지는 통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특히 근래에 와서는 한 해에도 수없이 많은 사진집이 발행되고 있지만 어디서 누가 어떤 사진집을 발행 했는지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디지털사진연구소 사진티나]에서 지난해 제5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의 부대행사로 <All that Photobook>을 기획하고 사진집을 수집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진가들이 본인이 발행 했거나 소장하고 있던 사진집을 흔쾌히 기증해주었다. 특히 대구사진비엔날레 초대 조직위원장과 제24대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2005~2007)을 역임한 원로 사진가 김종호(1942년생)는 30여 년 동안 수집한 416권의 사진집을 기증해주었고 사진집 전문 출판사 하얀나무에서 소장하거나 발행했던 사진집들까지 총망라되어 700여권의 사진집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었다.

이번 제6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부대행사 <All that Photobook>은 앞에서 밝힌대로 이미 고인이 된 사진가들의 사진집을 전시한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17명의 역대 이사장 중 작고한 정희섭(초대 이사장), 임응식, 김광덕, 문선호, 이명복 등의 사진집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이해선, 이경모, 이형록, 최민식, 홍순태, 김한용, 김기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배 사진가들의 발자취를 음미해보며 사진집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경향각지에서 묵묵히 자기 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가들의 훌륭한 사진집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지속되어야 한다. 체계적으로 사진집을 수집하고 관리, 보존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마련되기를 소망하며 사진인들의 적극적인 성원을 바란다. <All that Photobook>이 우리나라 사진계의 발전에 작은 씨앗이 되기를 감히 기대해본다.


유병용 (디지털사진연구소 사진티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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